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P-CAB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약사들이 공동판매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 중심에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약사들은 P-CAB 시장 공략을 위해 공동판매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P-CAB과 PPI 제제의 매출액은 총 9127억원이다. 이 중 P-CAB이 차지하는 비율은 23.8%(2176억원)다. P-CAB의 시장 점유율은 출시 첫해인 2019년 상반기 당시 4.0%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상반기 27.1%로 증가했다.


PPI에서 P-CAB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배경에는 복용 효율성이 자리한다. PPI는 아침 식전 복용이 원칙이며 효과 발현이 느려 최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복 투여해야 한다는 제한점이 있다. P-CAB 계열 치료제는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으며 투여 첫날부터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위산 노출에도 쉽게 분해되지 않아 약효 지속력이 길다는 장점도 있다.

P-CAB 계열 치료제는 기존 PPI 계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비스트 기준 P-CAB 계열 약물의 합산 처방실적은 ▲2019년 304억원 ▲2020년 771억원 ▲2021년 1107억원 ▲2022년 1463억원 ▲2023년 2172억원 ▲2024년 2864억원 등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국산 P-CAB 신약 3종… 공동판매사 유통망 활용 시장 공략


왼쪽부터 케이캡, 펙수클루, 자큐보정. /사진=HK이노엔, 대웅제약, 제일약품

전 세계에 출시된 P-CAB 치료제는 총 5개이며, 이 중 3개가 국산이다. HK이노엔,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국산 P-CAB 신약 개발에 성공해 현재 판매 중이며 세 회사 모두 시장 내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국내 P-CAB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형 영업망을 갖춘 파트너사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P-CAB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HK이노엔은 2019년부터 케이캡을 종근당과 공동판매하기 시작했다. 계약이 종료된 후 2023년 말 보령과 손잡고 지난해부터 케이캡의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을 보령이, 보령의 카나브를 HK이노엔이 공동판매하는 방식이다. 공동 영업·마케팅으로 지난해 케이캡의 매출은 전년 대비 41.3% 증가한 1689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케이캡 공동판매 경험이 있는 종근당과 지난해부터 펙수클루의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종근당은 오랜 시간 케이캡을 공동판매 해온 만큼 기존 영업망을 활용해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에 두 기업의 영업·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다. 2022년 출시한 펙수클루의 매출은 ▲2022년 129억원 ▲2023년 554억원 ▲2024년 1020억원 등이다. 공동판매 1년 만에 84.1% 성장했다.

후발주자인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0월 P-CAB 계열 신약 자큐보정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자큐보 출시 전인 같은 해 9월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계약을 선제적으로 맺었다. 동아에스티는 모티리톤, 가스터 등 다수의 소화기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일약품도 오랜 기간 소화기 분야에서 영업 경험을 쌓아왔다. 소화기 치료제 강자인 두 회사의 기존 영업망 시너지 극대화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자큐보정은 지난해 매출 148억원을 기록하며 출시 첫해부터 안정적인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제일약품은 자큐보 매출 목표를 ▲2025년 162억원 ▲2026년 401억원 ▲2027년 577억원 등으로 설정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파트너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영업 및 마케팅을 강화해 P-CAB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구강붕해정 제형 개발과 위궤양 적응증 추가 등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위장질환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고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