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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정책 행보에 한층 속도를 내며 실용성과 균형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보다 10년 앞당긴 '2040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을 제시하면서도 원전 유지를 포함한 현실적 에너지믹스를 언급해 '탈원전 기조'와는 선을 긋는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교통 공약에서는 GTX 노선 확충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내세웠고 강원·제주의 관광산업 육성 관련 청사진도 제시했다. 반면 지난 대선 당시 강조했던 금강산 관광 등 남북협력 공약은 빠져 있어 대북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 기조도 함께 읽힌다.
23일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파주시갑)은 "에너지는 현실"이라며 "에너지믹스는 불가피하다. 대체에너지를 늘리되 원전과 LNG(액화천연가스) 등도 일정 비율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탈원전 기조'와는 선을 그은 셈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로드맵보다 10년 앞당긴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체 전력 수급방안이 함께 제시되지 않아 에너지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 후보의 또 다른 주요 공약은 강원·제주의 관광산업 육성이다. 강원에서는 설악과 동해안 일대를 해양레저 관광 복합지구로 개발하고 접경지역과 비무장지대(DMZ)는 생태자원을 중심으로 평화관광 특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주 지역에는 관광과 레저가 융합된 마이스(MICE) 산업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관광산업 육성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은 제조업 중심의 나라인데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문화·관광 부문에 대한 투자는 산업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며 각 지역의 관광 사업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교통 공약도 빠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강원 지역의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으며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핵심은 GTX 노선의 춘천·원주 연장을 비롯해 대규모 철도·도로망 확충이다. 이 후보는 춘천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와 강릉에서 제진까지 이어지는 동해북부선을 예정대로 완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원 동해안과 내륙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아울러 강원도 양구에서 경북 영천을 잇는 남북 9축의 강원내륙고속도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동서평화고속화도로 건설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윤후덕 본부장 역시 교통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며 "GTX는 교통 효율성이 매우 높다"며 "수도권 외 지역에도 교통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이 저와 민주당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선 "강원 GTX의 정부와 민간투자 비율을 지금 시점에서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현재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역의 재정 자율성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점진적인 재정 구조 개편 방향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공약에는 지난 대선 당시 이 후보가 강조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협력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후덕 본부장은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며 "지향이나 바람은 많지만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채널 자체가 단절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남북 협의를 위한 최소한의 창구라도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 우리도 매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