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디자인에 '내실' 더했다…달라진 K5
맵시에 정숙미까지 가미… 편의사양·인테리어도 향상

기아자동차의 대표선수 K5가 3년 전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에 없던 디자인'이라는 수식어가 딱 알맞은 모습의 날렵하고 세련된 이 중형차는 지난 3년간 쏘나타와 아반떼로 가득했던 시내 거리를 자신들의 세상으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제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갖춘 차라도 세월이 흐르면 식상해지기 마련. 기아차는 수많은 찬사를 받았던 K5에 변화를 줘야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K5'다.

명품 디자인은 그대로 간직한 채 품격있는 내실을 더했다는 신형 K5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1박2일간 1000㎞ 이상의 서울-거제해안도로-부산 왕복코스를 달려봤다.
 
◆조금씩 커가는 정숙한 매력

시승차량은 2.0 터보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최고출력 271마력, 최대토크 37.2㎏·m의 힘을 발휘한다. 강력한 출력 덕분에 고속도로 위에서나 해안도로 직선구간 등에서 다이내믹한 가속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다.

신형 K5의 차별성은 주차장에서 처음 차를 빼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었다. 주정차 시 귀를 살짝 거슬리게 했던 소음이 눈에 띄게 확 줄었다. 이중 접합 차음 글라스를 전면 윈드실드에 기본 적용하고 실내 카페트 흡차음재를 보강한 덕분일까. 시속 60~80㎞ 이하 중·저속 시내주행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정숙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고속주행에서의 소음은 좀 더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시속 120㎞ 이상 가속 시 A필러 부근과 선루프 접합부분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은 일반 시내주행 때와 비교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무래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보니 기존 모델과 비교해 주행 성능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속 달리기보단 코너링과 안정성이 더 특화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거제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연속으로 급격하게 굽어진 코스를 지날 때의 빠른 핸들 반응력과 묵직한 차체 안전성은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의 마음까지 편안케 했다.

아울러 효율적인 운전을 돕는 노멀·에코·스포츠 등 3가지로 이뤄진 주행모드가 새롭게 더해져 주행환경에 따라 적합하게 차량의 주행력을 제어해준다. 시내주행이나 경사코스에서는 에코모드를, 고속도로나 S자구간에서는 스포츠모드를 적용한다면 알맞은 주행감을 얻을 수 있다.

명품 디자인에 '내실' 더했다…달라진 K5

명품 디자인에 '내실' 더했다…달라진 K5
◆편의사양·안락함 '동급 최고'

2% 부족한 듯한 주행력은 한층 더 향상된 편의사양과 안락한 내관 인테리어가 커버해준다.

기존 모델에 비해 가장 크게 개선된 부분은 시트다. 다소 딱딱하고 불편했던 시트는 긴 시간의 장거리 주행 속에서도 편안함을 제공할 정도로 좋아졌다. 완벽히 달라진 모습의 새로운 시트는 택시기사 40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완성됐다는 후문이다.

내장 내비게이션도 칭찬해주고 싶다. 올 초 시승 당시 자사 직원조차도 '디스'를 할 수밖에 없었던 모 국내업체의 내장 내비게이션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유명 내비게이션 브랜드들의 그것과 비교해서도 크게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몇몇 부분에선 더 우수해 보인다.

우선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을 향하도록 디자인돼 조작하기가 편해졌다. 8인치의 큼직한 화면은 시선을 많이 빼앗기지 않아 편리할뿐더러 터치감과 반응력도 뛰어나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클러스터 중앙으로 간단하게 길 안내를 함께 지원하는 것이 특이한데, 이 역시 운전자에게 소소한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부분이다.

3.5인치였으나 4.3인치로 늘어난 슈퍼비전 클러스터(프레스티지 트림 이상)는 내비게이션 연동 길 안내와 더불어 주행가능거리, 연비 등 각종 정보를 알기 쉽고 눈에 잘 보이게 제공한다.

K7이나 K9 같은 상위 모델에 탑재되는 후측방 경보시스템과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등 첨단사양이 이번 신형 K5까지 확대된 것 역시 편의사양을 중요시 여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부분이다.
 
◆후면 디자인·연비 '아쉽네'

디자인을 무기로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올라선 만큼 그 얼굴에 손을 댄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 외관 디자인을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이유 역시 그만큼 변화가 적었다는 방증이다. 대충 보면 기존모델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놓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외관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바로 LED 타입 안개등이다. 4개의 큐브 모양 LED로 갈라진 안개등 디자인은 작은 변화만으로 기존의 장점을 잘 흡수했다는 느낌을 준다. 길게 뻗은 헤드램프에도 LED 타입 데이라잇을 추가해 멋과 시인성을 동시에 잡았다.

전반적으로 이전의 장점을 그대로 잘 살려온 듯한 프론트 디자인에 비해 후면부 디자인은 힘을 너무 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날렵함보단 대중적인 라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트렁크 라인과 램프 부분의 변화는 자칫 밋밋해보이기 쉬울 듯하다.

더욱 시원해지고 강성도 보강된 18인치 알로이휠은 이른바 불판휠이라 불린 이전 모델 휠의 명성을 잇기에 충분한 멋을 뽐낸다. 스포크 안쪽을 검정색으로 마감해 강인함이 한층 더 배가됐고 곡선의 날렵함도 더해졌다.

더 뉴 K5의 공인연비는 11.9km/ℓ다. 시승기간 동안 체감하는 연비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시내와 고속도로 주행 평균연비는 8~9㎞/ℓ로 시승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연료 효율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 2.0 가솔린 CVVL은 2195만~2785만원, 2.0 가솔린 터보 GDI는 2795만~2995만원이다. 기아차는 합리적인 가격과 안락한 승차감을 무기로 30~40대를 주 타깃층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를 기점으로 K5가 기아차 대표선수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볼륨카로 성장할 수 있을지 더 뉴 K5의 남은 행보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