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 135km' 스파크EV, 포르쉐보다 빨라?


빠른 충전에 멀리…전기차·경차 '답지 않게' 쌩쌩~

전기차가 페라리, 포르쉐 등 스포츠카보다 힘이 좋다? 게다가 그것이 대한민국 경차의 대명사 스파크라면? 최근 신차발표회에서 만난 한국지엠의 첫번째 순수 전기차 ‘스파크EV’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포르쉐 이긴 ‘57.4kg·m’ 토크의 힘

차량 시승에 앞서 한국지엠은 영상 한편을 내보냈다. 포르쉐 스포츠카 박스터와 스파크EV간의 대결을 담은 내용이었다. 제로백 5초대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앙증맞은 디자인의 스파크EV의 시합이라니…. 대결의 결과는 다소 황당했다. 비록 출발 직후의 초반 질주만을 담은 영상이었지만 적어도 스타트에서 내는 힘만큼은 스파크EV가 단연 앞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깜짝 영상에 이어 차량 제원이 공개됐다. 스파크EV는 엔진 대신 첨단 전기모터를 핵심으로 하는 드라이브 유닛과 최적의 조합을 이룬 배터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파워풀한 주행성능과 업계 최장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최대출력 143마력(105kW)과 최대토크 57.4kg·m를 발휘하며 시속 100km까지 8.5초 이내에 도달하는 풍부한 가속성능을 갖췄다. 또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긴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135km, 신연비 기준)와 가장 높은 수준의 연비(5.6km/kWh, 복합모드 기준)를 인증 받았다.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했을 경우 단위 리터당 50.9km 수준의 연비다.

한국지엠 측은 현행 전기차 전용 요금체계를 기준으로 1년 1만5000km 주행을 가정할 때 7년간 가솔린 경차 대비 1208만원의 연료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기존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분리형 충전 방식의 번거로움과 충전 소요시간을 대폭 개선했다. 혁신적인 급속 충전 시스템과 효율적 통합 충전 방식을 채택해 전기차 충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표준 충전 방식을 통한 6~8시간 완속 충전을 비롯해 배터리 용량의 80%를 20분 내에 충전할 수 있는 타입1 콤보 급속 충전 방식을 하나의 포트로 지원한다. SM3 Z.E 30분, 레이 EV 25분에 비해 급속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차량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비상 충전 코드셋을 이용하면 가정용 전원을 통한 충전도 가능하다.

'1회 충전 135km' 스파크EV, 포르쉐보다 빨라?

◆‘최대속도 148km/h’ 흔들림 없이 뻗는다

보고 듣기에는 마치 새로운 차원의 차량이 탄생한 듯하다. 포르쉐의 힘을 넘어서는가 하면 기름값 걱정 없이 단 한번의 충전으로 서울에서 세종시까지의 거리인 135km를 달릴 수 있는 스파크라니…. 아직 외부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법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한국지엠의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 내에 마련된 시험주행로에서 스파크EV를 짧게나마 시승을 하면서 실체를 확인해봤다.

총 길이 2.3km, 직선구간 0.9km 두바퀴를 도는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차량의 실제 성능을 면밀히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시간과 거리였지만 짧은 순간에 스파크EV가 전해준 임팩트는 강렬했다.

주행에 앞서 한국지엠 측은 스파크EV의 ‘3無’를 강조했다. 엔진소음과 변속충격,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차량이기에 당연하게도 엔진 소음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시동을 건 이후 계기판을 통해 시동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스타트에서 포르쉐 박스터를 제치던 힘은 거짓이 아니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동시에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여타 소형 전기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타 브랜드 소형 전기차들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족한 힘'을 스파크EV는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직선구간에 도착해서는 있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속도감도 속도감이지만 묵직함에 더욱 놀랐다. 한계속도인 148km/h까지 도달하면서도 흔들림이나 붕 뜨는 가벼운 느낌 없이 낮게 깔리는 안정감이 인상 깊었다.

모터의 회전수를 주행조건에 맞도록 최적화한 감속기가 적용돼 기어 변속 시 발생하는 충격도 느낄 수 없었다. 혹자는 주행의 재미가 반감되는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스파크EV는 경차답지 않은 탄력과 힘을 통해 또 다른 주행의 재미를 선사한다.

차량에 내린 뒤 다른 차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차량 후면부에 당연히(?) 있어야 할 배기구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시커먼 가스가 나오지 않는 모습은 꽤나 낯설었고, 다시금 스파크EV가 친환경차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1회 충전 135km' 스파크EV, 포르쉐보다 빨라?

◆전기차 시대 ‘리더’될까

짧은 시승 주행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차 후에는 스파크EV의 외모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우선 얼굴부터 확 바뀐 모습이다. 전면부 라이에이터 그릴을 알루미늄 재질 커버로 막았다. 전기차 특성상 이 부분의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은색의 화려한 그릴 커버로 하이테크한 외관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그밖에 에어로셔터 및 아웃사이드 미러 등에 변화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외관디자인은 기존 스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차체가 조금 커졌다.

전장 3720mm, 전폭 1630으로 기존 스파크 대비 각각 125mm, 35mm 길어졌다. 길이가 경차 기준을 초과하면서 ‘경차 혜택’은 포기한 셈이다. 고객과 배터리의 안전을 위함이라고 한국지엠 측은 설명했다.

외장 색상은 미스틱 스카이 블루, 삿포로 화이트, 맨하탄 실버, 프라하 블랙, 어반티타늄 그레이 등 세련되고 다양한 5종으로 출시된다.

판매가격은 3990만원이다.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반영하면 최대 1690만원까지 가격은 내려간다. 레이 EV보다는 500만원 비싸고, SM3 Z.E.보다 500만원 싼 가격이다.

10월 정식 판매 예정이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 구축이 부족한 탓에 초기 수요에 대한 큰 기대를 거는 데는 무리가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의 말대로 전기차 시대의 ‘리더’가 된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는 차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 최근 환경부와 함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향후 인프라 보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 만큼 스파크EV를 통한 한국지엠의 리더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