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보험업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제재하기로 했다. 당국은 이른바 '50%룰'을 설정해 생명보험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에 자산을 맡기는 비중을 제한할 예정이다. '50%룰'은 생명보험사가 변액보험 판매를 통해 들어온 고객의 보험료를 계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규모를 5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
지금까지 생보사들은 변액보험 판매로 들어온 보험료를 계열 자산운용사에 몰아주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실제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의 폐해가 발생했다. 감독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7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제도시행을 앞두고 생보사들은 부랴부랴 계열사 위탁 비중을 줄이고 있다. 문제는 오는 7월까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90% 넘는 자산, 계열사에 위탁"
생보사들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계열 자산운용사로 넘겨줬을까. 일부 생보사에서는 운용자산 중 90%가 넘는 물량을 계열 자산운용사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감독당국이 50%룰을 시행하겠다고 본격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올해 1월 기준으로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계열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순자산액 4조8311억원 중 95.47%를 위탁했다.
같은 기간 ING생명은 ING자산운용에 5조5027억원 중 93.61%를 맡겼고 알리안츠생명은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에 1조815억원 중 85.1%의 일감을 줬다.
이 기간 50%룰을 초과한 생보사는 미래에셋과 ING, 알리안츠 외에 PCA생명(76.25%), IBK연금보험(67.51%), BNP파리바카디프(55.16%), 삼성생명(52.1%), 우리아비바생명(51.9%)이었다.
올해 4월 금융위원회가 계열 자산운용사에 대한 변액보험 운용 위탁한도를 50%로 설정한다고 밝히자 생보사들은 이 비중을 낮추는 데 안간힘을 썼다.
1월 당시 계열사에 95.47%의 자산을 몰아준 미래에셋생명은 이 비중을 10월 기준 80.98%까지 낮췄다. 1월 93.61%의 자산을 계열사에 맡긴 ING생명은 10월에는 79.5%로 줄였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의 계열 자산운용사 위탁비중은 85.5%로 소폭 상승하면서 가장 많은 자산을 계열 운용사에 맡기는 생보사로 등극했다.
1월을 기준으로 계열사 자산 위탁비중이 50%를 넘긴 생보사는 전체 생보사 중 8곳이었지만, 10월 기준으로는 삼성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이 제외되면서 6곳으로 줄었다.
◆계열사에 맡긴 자산, 수익률은? '글쎄'
그렇다면 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에 맡긴 자산의 수익률은 어떨까. 일감을 몰아줬다 해도 수익률만 높다면 고객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올해 1월 기준 ING생명이 운용사에 위탁한 국내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계열사는 4.15%를 기록했지만 비계열사의 수익률은 6.15%에 달했다. ING생명이 국내혼합형에 맡긴 자산액은 4조7172억원으로 80.25%에 달했다. 당시 계열사에 맡긴 해외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11.53%에 불과했지만 비계열사는 15.06%로 나타났다.
다른 생보사의 사정도 이와 비슷했다. 1월 기준 알리안츠생명이 순자산액 중 53.62%를 맡긴 국내주식형펀드의 계열사 수익률은 4.21%였다. 그러나 비계열사의 수익률은 4.67%인 것으로 나타났다.
PCA생명 역시 1월 기준 39.97%의 자산을 맡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계열사 수익률은 2.52%에 불과했지만 비계열사 수익률은 10.06%에 달했다.
계열사와 비계열사간 자산운용수익률 불균형은 위탁비중이 낮아진 10월에도 이어졌다.
알리안츠생명의 10월 국내주식형펀드 자산운용수익률은 계열사의 경우 1.09%였지만 비계열사는 1.41%였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달 국내주식형펀드에 순자산의 52.16%(7264억원)를 맡겼다. 해외혼합형펀드의 계열사 수익률은 3.51%에 불과했지만 비계열사는 26.17%에 이르렀다.
미래에셋생명이 전체 순자산 중 37.79%(2조4014억원)를 맡긴 국내혼합형펀드도 계열사의 수익률은 1.49%에 불과했지만 비계열사는 1.78%로 더 높았다.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계열사 2.23%, 비계열사 2.43%로 나타났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이 좋아 그쪽에 돈을 맡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수익률 떨어지면 어쩌나 '전전긍긍'
일단 계열사 위탁운용 비중이 높은 생보사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내년 7월까지 50%룰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50%룰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없어서다.
생보사들은 현재 계열사 위탁비중을 낮추기 위해 기존자산을 비계열사의 펀드로 갈아타거나 새로 유입되는 보험료 수입을 무조건 비계열사에 편입하고 있지만 비율이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50%룰을 준수하더라도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50%룰을 넘긴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비계열 자산운용사 중 실적이 좋은 운용사를 찾고 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50%룰' 넘긴 생보사, 난감하네~
계열사에 위탁운용 자산 최대 95%…내년 7월까지 비중 줄이기 고심
심상목
6,897
2013.11.15 |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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