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을 쥐어짜는 현재 관행을 끊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서슬 퍼런 국정감사가 끝난 지 한달여. 소셜커머스업계가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쿠팡·티몬·위메프는 지난 5일 소셜커머스 자율준수위원회를 열고 지적사항을 토대로 저마다의 개선책을 내놨다. 협력업체의 불만은 줄어들었을까.
◆위메프, 노력에도 ‘미흡’
"10월1일 시작하는 (배송상품) 딜부터 판매 중간에도 정산을 하는 정책 변경을 통해 협력사 여러분의 원활한 자금 흐름을 돕겠습니다." 지난 13일 위메프는 협력업체에 ‘파트너사 정산정책 변경’에 대한 내용을 공지했다.
이는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다. 당시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은 쿠팡과 티몬에 비해 과도하게 긴 정산기간으로 위메프 입점업체가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점을 시정하라고 꼬집었다. 위메프의 정산시스템상 판매 중간에 대금정산이 불가능해 3개월가량 진행되는 딜의 판매종료 후에야 대금지급이 시작된 것.
예컨대 7월1일 판매한 상품의 경우 정산날짜는 판매가 완료되는 3개월이 지난 10월15일로 미뤄진다. 대금지급까지 100여일이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협력사(유통업체)는 보통 짧게는 15일, 길어야 60일 안에 판매한 상품에 대한 매입자금을 제조사에 전달해야 한다. 결국 입금되지 않은 돈이 지출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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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은상 위메프 대표이사, 박대준 쿠팡 이사,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이사. /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 같은 정책은 위법사항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월 시행된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유통업자는 해당 상품의 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 등에게 지급해야 한다.
위메프는 “최근 1개의 딜이 2개월 이상 판매되는 등 배송상품의 판매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판매 중간 대금정산이 불가능한 당사 정산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그간 2~3개월 진행되는 딜도 판매종료 후에야 대금지급이 시작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판매기간이 2~3개월로 장기화되면서 판매마감일이 시작일로부터 길게는 100일가량 멀어져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위메프는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 5일 자율준수위원회에서 발표한 개선사항을 보다 구체화했다. 공지된 정산정책 변경에 따르면 2~3개월간 판매가 지속되는 배송상품(지역, 여행·공연 등의 딜 미적용)의 경우 상품판매 시작 후 익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로 지정된 지급날짜에 판매대금의 최대 70%를‘중간 정산’하기로 했다.
만약 90일 동안 판매되는 딜이 10월1일부터 10일 사이 열렸다면 오픈일로부터 35영업일이 지난 날 70%를 지급하고, 2차 정산은 배송완료 후 10영업일 이후 또 3차와 4차 역시 2차·3차 정산 완료 후 10영업일 뒤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 딜의 시작일자에 따라 지급비율(30/50/70%)과 지급일자(25/30/35영업일)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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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와 협력업체 A사의 기존 정산 정책. |
위메프는 “앞으로도 더욱 개선된 대금정산을 제공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정산 시스템엔진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개선에 나섰으며 효율적인 정산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위메프가 타사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에 일단 반색을 표했지만 이들 중 일부는 ‘날짜별 상이한 정산 방식’과 ‘35영업일’에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을 3사와 계약관계를 맺은 협력사의 한 대표라고 소개한 A씨는 “35영업일(주말·공휴일 제외)이라 해도 실상 50여일(한달 20일+다음달 15일) 가까이 소요되는 것”이라며 “기존 정책에서 50% 정도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타사의 경우 ‘주 정산’ 시스템을 통해 첫째주에 발생한 매출의 70%가 3주 후(20영업일가량)에 정산된다”며 “위메프의 개선책이 최선책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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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부로 개선된 위메프 정산 정책. |
◆쿠팡·티몬, 빗겨갔지만…
현재 티몬은 고객에게 배송이 완료되는 시점인 배송완료일을 기준으로 2주차에 80%를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반품·환불로 인한 유보금 명목으로 3주차에 입금된다. 쿠팡의 경우 협력사와의 계약상 문제로 정산주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협력사 등에 따르면 주정산과 월정산을 적용한 티몬과 유사한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감에서 티몬과 쿠팡은 위메프보다 정산주기가 짧다는 점이 참작돼 ‘대금정산 지연’ 논란을 빗겨갔다. 그러나 협력사에서는 소셜커머스의 정산주기가 백화점, 홈쇼핑, 오픈마켓 등 타 유통업계와 비교하면 비교적 긴 편에 속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오픈마켓은 구매자가 상품을 받은 후 10여일이 지나면 판매자에게 입금된다.
이에 티몬 관계자는 “현재 주차에 정산되는 입금기간을 좀 더 빠르게 앞당기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산주기’ 대신에 쿠팡은 판매수수료 가이드라인의 부재, 티몬은 판매정산의 불편함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세부 카테고리별로 지정해 협력사가 마진율 예측이 용이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이에 대한 내부 논의와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은 기존의 정산시스템이 기간을 통으로 묶어서 보여주거나 협력사가 진행하는 딜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개선하기 위해 기간별 선택과 다수의 딜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개발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소셜커머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대금 지연입금뿐 아니라 전부문에서 불만사항을 접수받고 있다”며 “문제점을 파악해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