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횡령·위증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주요 경제단체들이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과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 명의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 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장총협회는 입장자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수사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더욱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측도 “수출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한국의 최대 기업의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우리 형사소송법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요 기업인이기 때문에 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해서도 안되지만 주요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특검 조사를 마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특검 조사를 마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할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에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구속 수사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 수사에 앞서 검탈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8·15·23일 세차례에 걸쳐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관련 자료는 모두 특검에 전달됐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13일 특수본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2일에는 특검에 피의자로 출석해 22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세차례 압수수색에 이은 잇단 소환조사로 특검이 확보할 만한 증거와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는 의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수본 수사, 국회 청문회 증언, 특검 수사 등이 이어지며 이 부회장이 인멸할 숨겨진 증거도 없고 출국까지 금지돼 도주의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기업의 총수를 구속 수사해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거의 없다”며 “특검이 수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고도 이 부회장을 구속해 방어권을 제약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