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22일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 올해 말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직장인 김모씨(43)는 고민에 빠졌다. 9월부터 대출규제가 시행돼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서다. 2021년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김씨는 이번에도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벼락거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김 씨는 "대출 없이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대출한도가 줄어 막막하다"며 "주택 구입을 포기하거나 고금리에 '막차'를 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된다. 스트레스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 수도권 1.2%, 비수도권 0.75%가 적용된다. 금리는 매년 2회 변경되며 현 시점은 1.5%로 책정됐다.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이 대상이다.

은행권은 9월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내부 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한다. 이 경우 현재 DSR이 적용되지 않는 보금자리론·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 전세대출, 총대출액 1억원 이하 대출에 대한 DSR 정보를 파악해 대출한도를 정한다.

보증보험 상품 취급 중단… 서울 5500만원 한도 축소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보증보험 상품인 플러스모기지론(MCI·MCG) 취급을 중단하며 대출 한도 줄이기에 나섰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현재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오는 3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한다. 임대차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은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취급한다. 임대차계약 갱신 시 대출한도는 ▲증액금액과 ▲총 임차보증금의 80%에서 이미 취급 전세대출을 뺀 금액 중 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임대차계약 갱신으로 임차보증금이 기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오를 경우 기존 전세자금대출을 1억원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대출 한도는 5000만원으로 정해진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대출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고객이 자기자금 재대출이나 타행대환을 제외하고 자기자금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우리은행은 오는 2일부터 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도 중단한다.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또 대출 모집법인별 월간 한도를 2000억원 내외로 관리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오는 3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연간 1억원으로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6일부터 MCI·MCG 취급을 중단하고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농협은행은 MCI·MCG 가입을 중단하고, 지난 6월부터 주담대의 대면 대환대출을 막았다.

영끌족 주춤, 실수요자 패닉… 가계대출 수요 줄어드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이유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3년여 만에 10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금융권 월별 가계대출은 7월(5조3000억원)까지 넉 달 연속 4조~5조원씩 불어났다. 가계부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지난달 5조4000억원 늘어났다. 대출 여력이 큰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지난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51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들 은행이 올해 말 기준으로 세운 가계대출 잔액 목표치(512조7000억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금감원은 대출 목표를 초과하는 은행에 대해 내년도 은행별 DSR 관리 계획 수립 시 평균 DSR 관리 목표를 낮추기로 했다. 원리금,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보통 월 순증액 5조~5조5000억원 정도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는데, 8월은 지난달보다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자 사이에선 올해 남은 기간 은행별 대출 한도는 정해져 신용과 담보가 충분해도 은행권이 대출 총량을 넘어서지 않기 위해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등을 중단할 수 있다. 이미 주택 매매 계약하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는 실수요자는 계약금을 날릴 우려도 제기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은행 대출금리가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많이 내려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9월부터 시행되는 대출 규제로 갭투자와 영끌족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