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전한 곳은 전보다 불리한 위치이기도 했지만 더욱이 막국수의 수요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가을철에 이전 작업을 했다.
<똑순이막국수>는 인근에 <광주똑순이집>이라는 꽤 영업이 잘 되는 해물찜 전문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단일 막국수 전문점처럼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다가올 가을과 겨울철을 대비, 최대한 선방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또한 갓 결혼한 업주의 고명딸이 본격적으로 막국수 전문점 운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좀 더 전략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 막국수 전문점의 동절기 방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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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
고향이 서울이나 강원도가 아니라 호남 출신인 <똑순이막국수> 백옥자 대표는 초기에 막국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그러나 발산동 유명 식당으로 자리 잡은 해물찜 전문점에 비해 막국수 아이템이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고명딸에게 좋은 식당을 계승하고 싶은 의지도 있었다.
비록 완만한 속도지만 점진적으로 막국수와 기타 메뉴 등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막국수의 메밀 함유량도 높이고 육수의 수준도 향상시켰다. 사이드 메뉴면서 메인 메뉴인 보쌈은 상품력에 자신이 있었다. 좋은 식재료에 대한 고집이 있어 원재료비 비중이 높았다.
주변의 조언에 따라 앞다리 사태 부위를 도입했다. 좀 더 저렴한 맛 보쌈을 개발한 것이다. 강원도 양구 <광치막국수>를 벤치마킹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만원 대 맛 보쌈은 손님이 2인 이상 왔을 때 주문하기 적절한 구성이다.
막국수는 지금도 벤치마킹을 진행 중인데 최근 경기도 용인시 <장원막국수>에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장원막국수>는 2013년 수도권 막국수집 중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곳이다. 100% 메밀면과 단아한 풍의 막국수에 상당한 감흥을 받았다.
백 대표도 내심 그런 막국수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동절기에 접어들었으므로 내년을 목표로 점진적으로 수준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똑순이막국수>의 수준은 중상 정도다. 메밀 함유량도 60% 정도고 물막국수는 소고기 베이스 육수가 수준급이면서 대중적이다. 다만 막국수지만 냉면의 맛이 포함되어 있다. 막국수를 주문한 고객에게 보리밥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포만감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손님이 원하는 대로 추가가 가능하다.
<똑순이막국수>의 보쌈은 좋은 원육을 사용한다. 경기도 안성에서 주문한 가마솥에서 삶아 낸다. 보쌈 맛도 맛이지만 함께 구성한 명이나물과 찐 배추의 구성이 괜찮았다. 특히 데친 배추의 상태가 좋아 식당에서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객에게 인식시켜준다. 그러나 명이나물은 다소 과잉이다.
가격대가 높은 명이나물은 대체로 소고기와 궁합이 맞는다. 돼지고기와는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극소수 돼지고기 전문점에서 비싼 명이나물을 제공한다. 단가를 생각했을 때 차라리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파김치나 갓김치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반찬으로 나오는 오이장아찌도 산뜻하면서 특색 있다.
마지막으로 동절기 대안 메뉴인 들깨칼국수를 시식했다. 필자는 원래 들깨칼국수에 대해 좀 회의적이다. 웰빙식이지만 들깨는 좀 질리는 경향이 있다. 소량을 먹을 때는 맛이 괜찮지만 다 먹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구 대박 칼국수집 <시골부뚜막>은 들깨칼국수가 시그니처 메뉴다. 하지만 잡채와 수육 등 세미 한정식의 마무리 개념으로 약간의 들깨칼국수를 제공한다. 이것도 들깨라는 식재료의 특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똑순이막국수> 들깨칼국수는 이런 문제점을 많이 해결했다. 메밀을 넣은 면발이 개성 있고 식감도 좋았다. 무엇보다 들깨의 양을 절묘하게 조절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맛을 완화했다. 상품력 좋은 보쌈과도 유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메뉴였다.
<똑순이막국수>는 웰빙적 요소가 풍부하다. 이런 보쌈과 칼국수를 집중적으로 마케팅 한다면 겨울철에도 <똑순이막국수>는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고의 상품력은 업주의 자세
<똑순이막국수>는 육류는 기본이고 메밀과 고춧가루 등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만 사용한다. 필자는 메밀의 경우 국내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백 대표는 은근한 고집으로 강원도 봉평메밀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똑순이막국수> 최고의 상품력과 경쟁력은 업주의 마인드다. 50대 중반인 백 대표는 늘 겸손하다. 항상 웃는 얼굴이다.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한다. 그리고 속으로 꾸준히 실천한다.
가끔 식당 업주들을 만나면 자신의 음식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꽤 있다. 물론 그런 자신감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남의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 비판 또는 비난 일색이다.
그것은 결국 자만심일 뿐이다. 그런데 백 대표는 자신을 낮추고 다른 것을 수용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리고 원재료비를 고려해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는다.
냉철한 관점도 분명히 있다. 이런 좋은 성향을 딸이 그대로 빼닮았다. 아직 31살의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어머니의 좋은 유전자를 100% 이상 물려받은 것 같다.
얼마 전에도 강원도 모 막국수집으로 벤치마킹을 갔다고 한다. 내년을 대비해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에는 <똑순이막국수>가 상당한 레벨의 막국수 전문점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