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룹'들… 다음 타깃은?
웅진그룹, STX그룹, 동양그룹…. 한때 잘 나가다가 한순간 무너진 ‘그룹’들이다. 잇따라 터지는 크레딧 이슈로 인해 재계와 금융시장에서는 다음은 어느 그룹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는, 올해 선정한 주채무계열 30개사 중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은 동부와 STX, 대한전선, 한진, 금호, 성동조선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음에도 STX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험한 그룹은 어디일까.

현재 시장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그룹은 동부그룹과 한진그룹이다. 여기에 현재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내년 4월에 주채무계열로 지정될 것으로 알려진 현대그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선제 대응 동부그룹, 문제 해결됐나

당국에 의해 위험하다고 지목(?)된 3개 그룹 가운데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선 곳은 동부그룹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11월17일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 주요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최대 2조원대를 넘어선 규모다.

그렇다면 이제 동부그룹은 안심해도 되는 것일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다만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서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무구조개선 계획이 나온 것은 긍정적이나, 제대로 시행되는 것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난관에 부딪혔던 동부제철의 12월 만기 회사채(1050억원)에 대한 차환 발행 지원은 성사됐다. 지원에 회의적이던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11월21일 저녁 산업은행에 동의서를 전달한 것이다. 동부그룹의 자구책이 차환발행심사위원회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 안간힘에도 신용등급 떨어진 한진그룹

대한민국 10대 그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 주력계열사가 적자를 내면서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1조65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올해 적자를 낸 곳은 한진과 GS뿐이다.

유동성 우려가 커지다보니 한진그룹도 위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 10월30일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0만6146주(15.33%)를 담보로 한진해운홀딩스에 1500억원을 대여하고, 한진해운홀딩스는 이 자금을 다시 한진해운에 1년간 대여해주기로 했다. 이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두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1500억원 대여는 한진그룹에 역풍을 초래하기도 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대여 결정은 금액이 크고 작고를 떠나 주주가치에는 부정적"이라며 "한진해운은 기댈 언덕을 찾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번 조치는 1500억원도 금융권으로부터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린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진해운, 대한항공, 한진칼 등 그룹의 주요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 11월14일 대한항공에 대해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으며, 한진해운의 경우 기존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이어 11월15일에는 한진칼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조정했다.
 
◆ 만기 회사채 상환한 현대그룹, 회생 성공?

여타 그룹처럼 현대그룹도 최근 신용등급 강등의 철퇴를 맞았다. 한신평은 지난 11월19일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대상선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떨어뜨렸다.

사실상 현대그룹 위기의 진원지는 현대상선이다. 타 그룹에 비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대상선은 지난달 만료된 회사채 2800억원 상당에 대한 상환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없다.

그렇다면 다른 그룹들과는 달리 현대는 '확실하게' 회생에 성공한 것일까. 그룹에서는 일단 문제는 없다고 설명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2800억원)와 유상증자(1500억원), 컨테이너 운임채권 유동화(1억4000만달러), 현대건설 인수전 이행보증금 반환(2388억원) 등을 더해 총 1조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해운업황의 문제로 인해 현대상선의 경우 갈길이 멀어 보이지만, 제반상황을 살펴보면 일단 한숨 돌린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봉균·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대규모 적자시현은 순환출자 구조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계열사들에 지분법손익 등으로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대그룹 전반의 손익구조 회복에도 다소간의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른 그룹들, 올해엔 큰 문제 없을 듯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11월4일 두산그룹의 경우 계열사 연결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405%에 달하는 등 부실하거나 부실우려가 있어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2012년 연결재무재표 기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이같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던 두산그룹이지만 현재는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다각적인 자구계획을 통해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춘 상태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재무구조 강화방안으로 4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검토 중이다.

그 외에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 황원하 애널리스트는 "현재 위험도가 높은 그룹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자구책을 구성토록 유도하고 있으며, 정부의 회사채 지원방안의 영향으로 올해에는 큰 문제(그룹의 법정관리 등)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크레딧시장을 살펴보면 그룹의 지원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기업이 일부 있지만 이를 전반적인 그룹의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